손으로 빚어낸 팔레트
서울공예박물관의 이곳저곳을 거닐다 보면 형형색색의 공예 작품을 만날 수 있습니다. 각자의 쓰임에 맞게 형태를 만들어낸 것처럼 그 색깔 역시 우연에 의해 나온 것이 아닙니다.
각각의 작품이 품고 있는 색(色)에는 작가의 생각과 마음이 투영되어 있습니다. 작가는 가장 나다운 색을 찾아내기 위해 연구에 몰두하고, 원하는 색을 오롯이 작품에 입혀내기 위한 실험을 반복합니다. 그 어떤 색도 단순하지 않으며 결코 손쉽게 발현될 수 없습니다.
이번 전시는 공예가들이 자신만의 색을 빚어낸 과정의 기록이자, 그 시간과 집념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색에 관한 연구 노트와 시편, 재료와 도구에 이르는 아카이브 자료는 마치 작가가 작품을 통해 표현하고자 했던 고유한 색들을 채워놓은 팔레트를 보는 것만 같습니다.
도자공예 노경조, 염색공예 이병찬, 유리공예 김헌철이라는 서로 다른 분야의 세 공예가는 모두 자연으로부터 색을 얻어 빚어냅니다. 흙으로부터 색을 구워내고, 식물로부터 색을 물들이며, 유리에 투과된 빛으로 색을 더 다채롭게 빛냅니다.
색을 빚는다는 것은 공예가가 자연과 관계를 맺는 또 다른 방식입니다. 이들이 빚어내는 색은 우리의 일상을 풍요롭게 만들고 우리의 감각을 자극합니다. 그리고 이 색은 여러분을 만나 또 다른 관계를 맺어갈 것입니다. 이 전시에서 목격한 다채로운 색을 새로이 발견하고 각자의 마음속에 고이 담아 가기를 바랍니다.
※ 공예아카이브실 전시는 평일(화요일~금요일)에만 관람이 가능합니다. 관람에 참고 바랍니다.